"첫사랑 같은 작품이에요. 대개 좋은 상대였는데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쉽고, 그래서 늘 기억에 남고, 다시 만날 거 같은 느낌이요. 그런 상대가 딱 아이다예요."
엘튼 존, 팀 라이스, 디즈니씨어터그룹이 2000년 1500만달러를 들여 만든 디즈니표 블록버스터 첫 성인 뮤지컬.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두 여인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 세 사람의 운명적인 러브스토리가 줄거리다. 베르디 동명 오페라가 원작. 이 극적인 이야기는 현란한 빛의 향연과 만나 새로운 색을 발하며 10년 동안 전 세계 관객을 매료시켰다.
국내 초연은 2005년이다. 장장 8개월 공연을 통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린 화려한 전력의 작품이 '아이다'다.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아이다'가 초연의 기록을 깰 것인지 그리고 120회 공연 단독 주연을 맡은 옥주현의 두 번째 아이다는 어떤 빛깔을 낼지가 관심이 되는 상황.
2005년 초연 당시 옥주현은 소속사에도 알리지 않은 채 비밀 오디션을 거쳐 이 작품으로 뮤지컬 데뷔식을 치렀다. '아이다'는 누가 뭐래도 옥주현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다. 옥주현은 초연 당시를 떠올리면 사뭇 냉정해진다. "연기를 몰랐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았다고 해야겠죠. 격정적인 순간 연기를 했어야 하는데 노래만 불렀어요. 그렇게 하면 콘서트가 된다는 걸 몰랐거든요. 뮤지컬의 본능을 살렸어야 했는데, 그 좋은 작품에서 말이죠. 아이다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작품이거든요. 군더더기가 전혀 없잖아요. 하지만 이젠 다를 거예요. 이젠 감을 잡았거든요. 하하."
'아이다' 이후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그리고 올해 초연된 스위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까지. 옥주현은 쉼 없이 달렸다. 초연 '아이다'에서 느꼈던 부족함이 옥주현에겐 오히려 강한 자극제였다. '시카고'에선 1997년 출연 이후 재공연마다 무대에 올라 네 번이나 록시 역을 맡았다. 옥주현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욕심보다 했던 작품을 다시 하면서 맛보게 되는 배움의 희열이 더 짜릿하다고 말하는 실속파였다. 지금도 틈만 나면 토슈즈를 신고 페기소여('브로드웨이 42번가' 주인공)의 탭댄스를 춘다. "새로운 메뉴보다 한번 거쳐간 레퍼토리가 제겐 훨씬 유익해요. 할 때마다 다른 느낌이고, 할 때마다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뭔가를 느끼게 해 주거든요. 그래서 더 하고 싶어요. 상상으로 노래하고 상상으로 춤을 추라, 이런 말이 있어요. 끊임없이 예전의 연기, 노래, 춤을 떠올려보고 다시 채워넣어라는 거죠. 그래야 실력이 쌓이는 거 아닐까요."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같은 작품에서 뮤지컬의 본능을 익혔다면 '몬테크리스토'에서 비로소 연기를 익혔다. 여주인공 메르세데스 역을 맡아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가장 중심에 옥주현이 있었다. 옥주현은 '몬테크리스토'를 통해 "연기도 되는 배우"로 평가가 업그레이드됐다. "아이다 배역이 결정난 건 실은 1년 전이었어요. 1년 전부터 아이다를 품고 있었던 거죠. 아이다를 하기 전에 드라마가 강한 작품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몬테크리스토를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제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연령별로 다양한 캐릭터가 층을 이루고 있는 남자 뮤지컬 배우들과 달리 여배우 선수층은 취약하다.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여배우는 손에 꼽힌다. 이런 면에서 옥주현은 뮤지컬계 단비 같은 존재다. 섭외 1순위 옥주현에겐 '흥행 파워' 꼬리표 말고도 따라붙는 게 성실함이다. 옥주현은 연습에 집착을 보이는 걸로도 유명하다. "그게 제 밑천이에요. 제가 실은 굉장히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보이는 것과 다른 면이 많아요. 연습으로 그걸 메워요.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똘똘하고 야무지고 예능에도 강한 배우가 옥주현 아니었나. 하지만 옥주현의 대답은 '아니었다'였다. 지난 5년여 시간을 파란만장 그 자체로 기억한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손댔던 사업도 결국 손해만 보고 상처만 입었고요. 전 기본적으로 장사를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쇼 프로도 잘 못해요. 편집된 내용을 보면 숨고 싶을 때가 너무 많았어요. 라이브 무대는 저하고 맞아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잖아요. 솔직하고 심플한 걸 좋아해요. 지난 5년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뮤지컬 무대가 위안이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그림 전시 보는 걸 즐기고 평소엔 요리가 취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요리 비법에 관심이 많다. 올여름엔 프랑스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요리사 자격증까지 땄을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입증했다.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달팽이 요리부터 떠올리시는데요, 정말 핵심은 육수에 있어요. 그중 가장 기본이 정강이뼈 육수지요." 요리, 그림, 무대는 통한다고 믿는 옥주현은 "깊이 파고드는 걸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1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아이다'는 18일 첫 공식 무대의 막을 올린 뒤 내년 3월 27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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