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혼란 진정국면..이미지 실추 예상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관련 발언으로 불거진 천주교계의 유례없는 내부 혼란이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서 "가장 호감가는 종교"로 인식돼온 천주교계로서는 이번 사태로 대외이미지는 물론 앞으로의 교세 확장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일단 봉합 수순 = 서울대교구는 지난 14일 염수정 총대리 주교 명의로 16일 오후 서울대교구 사제 긴급회의를 열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자리에는 주교평의회 의원, 사제평의회 의원, 서품기수 대표사제 등 총 60명 안팎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서울대교구는 하지만 16일 오전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사제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교회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함에 따라 사제 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사제회의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 언론은 물론 신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등 지나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우려, 회의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제회의를 정추기경이 '지시'해 소집했고, 역시 정추기경의 '지시'로 취소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터무니없는 오해"라고 경계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정추기경이 지난 8일 새 책을 낸 것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한 발언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이 4대강 사업에 찬성한 것으로 해석해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정추기경은 기자간담회에서 "주교단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위험이 보인다고 했으니 반대하는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이 발언이 지난 3월8-11일 춘계 정기총회를 끝낸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3월12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나라 전역의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한 내용과 상충되는 것으로, 정추기경 본인 역시 주교회의의 일원이면서도 "주교단의 합의 정신에 반하는" 개인적인 견해를 독단적으로 표명했다고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10일 개최했다.
이어 함세웅 신부, 문정현 신부, 김병상 몬시뇰 등 원로사제 25명은 정의구현사제단의 이런 입장에 동의하면서 "정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용퇴하라"고 13일 촉구, 교황을 정점으로 상급자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명하는 천주교계의 불문율에 도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일대 소용돌이가 일었다.
이에 따라 16일 개최될 예정이던 서울대교구 사제 회의에서는 이번 파문의 책임 소재를 가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서울대교구측은 "불필요한 추측 들로 혼란만 키울 뿐"이라며 일축하는 입장이다.
◇흔들리는 수장의 위상 = 1931년 12월 생인 정진석 추기경은 1998년 대주교로 승품하면서 서울대교구장을 맡아오다 75세 때인 2006년 3월2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46세 때인 1968년 대주교로 승품하면서 서울대교구장을 맡고 이듬해 47세 나이로 추기경이 돼 76세 때인 1998년 은퇴할 때까지 30년간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서울대교구는 물론 한국 천주교계의 어른으로 군림했던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
게다가 주교 이상은 만 75세가 되면 교회법에 따라 교황에게 사직원을 내게 돼 있어, 정 추기경도 추기경으로 서임된 그 해 12월 서울대교구장 사직원을 제출했으나 교황은 아직 수리하지 않고 있다.
교황청은 사직원을 받아들이는 대신 2007년 2월 정진석 추기경을 임기가 2012년까지인 교황청 성좌조직재무심의 추기경 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정추기경은 내년으로 만 80세가 되고, 이 나이는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없어진다. 또 이 나이 에는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일부 외국에서는 80세가 넘어도 교구장을 맡고 있는 추기경들도 있다.
고령의 정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주교단의 연령대가 계속 낮아져가는 추세와도 관계있다.
지난 4월 인천교구 보좌주교가 된 정신철 주교는 1964년생으로 46세이며, 11월 대주교로 승품한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는 1954년 생 56세다.
◇천주교 신자들 혼란 = 개신교 운동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올해로 3년째 공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호감가는 종교'를 물은 질문에 '천주교'라는 응답비율이 35.5%였고, 다음이 불교(32.5%), 개신교(22.4%)순이었다.
종교기관의 신뢰도를 물은 질문에도 천주교(41.4%), 개신교(33.5%), '불교(20.0%)순으로 대답이 나왔다.
이처럼 좋은 대외적 이미지를 유지해왔고, 지난해 2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으로 이미지가 더욱 높아진 천주교계에 이번 사태는 뼈아픈 사례로 남게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의 가장 큰 축일인 성탄절을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등 평신도 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일반 신자들은 안타까워하는 글들을 각종 천주교 관련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아울러 천주교 교인수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젊은 신자 층에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냉담자가 늘고 있는 내부적 위기감도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주교회의가 집계해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09'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는 2008년 5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전체 국민대비 천주교 신자 비율이 10%를 넘어섰지만 29세 이하 신자 수는 2008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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